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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여가/책

데와 대

한빛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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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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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윤

26,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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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부모님의 강요로 종종 선을 보곤 합니다. 엄마는 매번 키 크대, 잘생겼대, 하며 호들갑을 떨지만 저는 그 말을 믿지 않습니다. 엄마가 그 남자를 직접 만나고 와서 하는 말이 아니라 그 남자의 부모님이 하는 말을 저에게 전달하는 것뿐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다른 사람을 통해서 알게 된 사실을 이야기할 때는 대를 씁니다. 대는 ‘다고 해’가 줄어든 말입니다.

 

선 자리에 나가면 엄마가 말한 사람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 나와 앉아 있습니다. 그래도 어르신들 체면을 생각해서 최대한 예의 있게 퇴짜를 놓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궁금해 죽는 엄마에게 제가 보고 느낀 그대로를 말합니다. “그 남자 키 엄청 작데”, “진짜 못생겼데” 라고요. 이렇게 본인이 직접 경험한 것을 이야기할 때는 데를 씁니다. 데는 ‘더라’와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네까짓 게 뭐가 그렇게 잘나서 선보는 족족 깽판을 놓고 지랄이야 지랄이! 남들은 결혼해서 애 낳고 잘만 사는데 너는 어떻게 된 애가 남자 하나 못 만나서 그 나이 먹도록 그러고 있어. 자식새끼 낳아 봤자 다 소용없어. 부모 위할 줄을 몰라아아아아!” 하는 엄마의 잔소리를 들으면 비로소 맞선 한판이 끝나게 됩니다.

부모님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자신을 늘 딱하게 여겨 온 저였지만, 이제 와 생각해 보니 저랑 선본 남자들이 더 불쌍한 것 같습니다. 저 같은 미친년이랑 선을 보다니요.

○○ 농협 호빗남, △△ 제약 치열 엉망남, □□ 방송국 깔창남, ☆☆ 공사 민머리남, 만리포 깡패남에게 이 자리를 빌려 사과의 말씀 전합니다. 모두 진심으로 미안해요!

 

 

<의미 알기>

-데

과거 어느 때에 직접 경험하여 알게 된 사실을 현재의 말하는 장면에 그대로 옮겨 와서 말함을 나타내는 종결 어미.

 

 

-대

1. 어떤 사실을 주어진 것으로 치고 그 사실에 대한 의문을 나타내는 종결 어미. 놀라거나 못마땅하게 여기는 뜻이 섞여 있다.

- 왜 이렇게 일이 많대?
- 민호는 어쩜 이렇게 잘생겼대?
- 입춘이 지났는데 왜 이렇게 춥대?

 

2. ‘–다고 해’가 줄어든 말.

- 사람이 아주 똑똑하대.
- 철수도 오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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