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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눅스 청부 살인 사건

한빛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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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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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BIT

10,166

저자: 한빛리포터 유명환

본 사건은 원고 SCO가 피고 IBM 및 리눅스 일당들이 원고측 기술을 무단 사용했다는 점을 경고함으로써 발생한 사건이다. 이에 본 필자는 겉으로만 드러난 사건의 내용보다 그 이면에 숨겨진 진의(眞儀)가 무엇일까 라는 점에서 본 사건을 정리해 보았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유의해야 할 점이 한 가지 있다. 본 사건에 대한 분석 내용은 본인의 개인적인 판단에서 비롯되었기에 믿고 안 믿고는 100% 독자 여러분들의 판단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SCO가 IBM과 기타 리눅스 업체들에게 경고장을 발송함으로써 시작됐다. IBM과 리눅스 업체들이 자신들(SCO)의 UNIX 기술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게 경고장의 주요 골자였다. 내용은 간단하나 의미는 그렇지 않았다. SCO가 어딘가? 오픈 소스의 선두주자로 국내 월간 잡지 CD 부록의 순위 안에 꼽을 정도로 나름대로 매니아 팬들을 확보하고 있는 곳이 아니었던가?
‘그랬던 SCO가 이렇게 바뀌었습니다.’
모 인기 개그 프로의 한 장면이 생각난다. 당연히 소송을 당한 IBM 및 리눅스 업체들은 물론이거니와 리눅스 관련 개발자들이 이에 반발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서 마이크로소프트社는 발 빠르게 SCO와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하였다. 본 사건의 골자는 간단해 보인다. 리눅스업체들이 SCO의 독자적인 유닉스 기술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것이 내용의 전부니까… 그러나, SCO의 이런 주장에는 한 가지 가정이 생략되어 있다. 그것은 바로 UNIX/Linux 기술이 SCO의 ‘독자적인 기술’ 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럼 SCO의 주장대로 UNIX는 SCO의 독자적인 기술인가? 이를 알아보기 위해 우리는 잠시 고리타분한 역사 얘기를 나누어 볼 필요가 있다. 서점에 있는 UNIX 관련 서적을 읽어보면 대부분 첫 장에 UNIX 탄생에 관한 이야기가 언급되고 있다. 내용인즉, “최초의 UNIX는 1969년 미국 Bell 연구소의 CSRG(Computer Science Research Group)의 연구진들에 의해 개발되었다.” 라는 것이다. 이후 버클리 대학의 BSD 계열과 AT&T의 System V 계열로 표준화되면서 오늘날의 다양한 유닉스 운영체제들의 발판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그럼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보자. SCO의 주장대로라면 SCO 역시 Bell 연구소의 연구 결과를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게 아닌가? SCO가 최초로 유닉스 개발에 참여를 했다거나, BSD 및 AT&T의 표준화 작업에 참여를 했었더라면 문제의 양상이 달라질 수도 있겠으나, 그런 적도 없었던 회사가 갑자기 ‘무단 사용’을 언급한다는 것 자체가 도무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질 않는다. 그런데도 왜 SCO는 경고장을 발송하였는가? SCO는 정말로 소송에서 승소할 자신이 있었는가? 이미 예전부터 자신의 운영체제 일부에 유닉스 기술을 사용해오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는 왜 이제서야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한다는 말인가?

본인은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들을 던지다가 한 가지 섬뜩한 추측을 하기에 이른다. 혹시 SCO는 누군가에게 이런 싸움을 청부받은 게 아닐까? 그리고, 그 누군가는 다름아닌 마이크로소프트가 아닐까? 본인의 이러한 추측이 만약에 맞는다면 왜 마이크로소프트가 이러한 청부를 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앞서 본인 스스로에게 던졌던 질문들 중 SCO는 정말로 이번 소송에 자신이 있는가 라는 질문에 본인은 “아니다” 라고 생각한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UNIX 자체가 SCO의 산물이 아니기에, 또, 리눅스 역시 SCO가 아닌 전 세계 해커들의 유산이기에 그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거라는 건 굳이 소년 탐정 김전일이 아니더라도 쉽게 알 수 있는 점이다.

그럼 SCO가 이를 몰랐을까? 아닐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이를 모르진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런 일을 벌이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본인의 생각으로는 “혼란과 시간” 이 답이 아닐까 싶다.

현재 리눅스는 2.6 커널 발표를 눈앞에 두고 있으며, 이미 64비트 CPU를 지원하기 시작했으나 마이크로소프트는 2003 서버 출시가 지연되면서 64비트 시장에서 한발 뒤쳐지게 되었다. 또, 올 초 국내에서 발족한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협의회 기념 세미나에 참석해 본 독자라면 알겠지만 국내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협의회는 ‘임베디드 리눅스 협의회’ 라고 불러도 괜찮을 정도로 너무나 리눅스 한쪽으로만 기울어져 있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즉,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눈독 들이고 있는 임베디드 시장에서도 리눅스의 영역이 점차 확장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네트워크 장비에만 국한되어 있던 리눅스의 영역이 이제는 차세대 성장 산업으로 주목 받고 있는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가전, 홈네트워킹 분야로까지 급속하게 그 범위를 확장시켜나가고 있다는 사실이 그들(마이크로소프트)에게 이런 해프닝을 종용하게 된 것은 아닐까?

만약 일이 정말 잘 풀려서 승소한다면 마이크로소프트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 패소한다 하더라도 마이크로소프트는 그 와중의 혼란과 시간이라는 두 가지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손해 볼 것이 전혀 없어 보인다.

이런 본인의 추측이 한낱 망상(妄想)에 불과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참고기사
리눅스를 향해 선전포고령을 내린 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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